2016 인권 10대 뉴스 후보
사드 한국 배치? 우리의 소원은 평화!
7월 8일 한‧미 정부가 사드(THAAD) 한국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미군이 미국령 이외의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드 배치는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한국이 하위 파트너로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반도를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으며 동아시아 군비경쟁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국가 안보’라는 성역 앞에 주민의 의견도, 사회적 합의도 모두 무시되었다. 뒤늦게 사드 배치 지역이 성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성주 주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7월 13일 촛불집회가 시작된 성주에 이어 김천에서도 사드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을 꾸리고 여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06년 평택 대추리, 2011년 제주 강정마을에 이어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에 맞서는 저항은 멈추지 않고 있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 참사,
위험의 외주화에 경종을 울리다
5월 28일 수리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했던 정비 노동자 김군이 달리는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당시 안전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매뉴얼은 허울에 불과했다. 이 사고는 2013년 성수역, 2014년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벌써 3번째 사고다. 사고 때마다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사고 이후 발견된 김군 가방에 컵라면은 헬조선에서 한국의 청(소년)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너무나 슬프게도 웅변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9-2 승강장과 대합실에서 컵라면을 비롯, 국화꽃, 포스트잇 등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한편, 구의역 사고는 위험한 작업을 정규직이 아닌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이른바 위험의 위주화의 실상을 드러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 (특히 파견 확대)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게 하는 지 역시 확인시켰다.
평등을 노래하라,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광장에 서다
한국사회의 성소수자 혐오 카르텔은 여전히 견고하다. 20대 총선에는 기독자유당이 성소수자와 이주민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정강으로 내걸고 출마했다. 5월 25일, 서울 서부지법은 동성혼 부부인 김조광수-김승환의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을 각하했다. 7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동성애 처벌법’이라 불리는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해 세 번째 합헌 결정을 내렸다. 6월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게이 클럽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은 이와 같은 성소수자 혐오의 피라미드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멈추지 않는다. “혐오에 저항하라! 평등을 노래하라! 무지개를 펼쳐라! 지금, 여기, 당신으로부터”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앞둔 14일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무지개 깃발 플래시몹이 펼쳐졌다. 기독자유당을 상대로 하는 국가인권위 대규모 집단진정,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 등 평등을 향한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도시에 머무를 권리? 사라지는 골목과 가게들
7월 7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식당 ‘우장창창’이 거리로 내쫓겼다. 상가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때문이었다. 건물주가 유명 연예인 리쌍이라 관심이 주목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우장창창은 ‘을질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2015년 개정된 법은 임차상인의 영업가치를 재산권으로 법에 명시했지만 각종 예외조항들은 여전히 건물주의 편을 들고 있다. 효자동의 작은 빵집과 세탁소, 아현동의 오래된 포장마차 골목, 도시의 이곳저곳에서 삶이 퇴거당하고 있다. 한편, 종로구 무악동의 ‘옥바라지 골목’도 도심 재개발의 힘에 밀려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마지막 여관이었던 구본장 여관은 5월 17일 강제집행을 당했다. 과연 우리는 머무를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가난한 삶들이 머무를 수 있는 도시야말로 역사와 인권이 숨쉬는 도시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강남역 10번 출구의 포스트잇,
여성혐오에 경종을 울리다
5월 17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불특정 여성을 노린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에 애도의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목소리들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를 증언하는 외침이 되어 번져나갔다. 정부는 피의자의 망상에 의한 살인이라며 여성혐오를 부인하고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혐오를 부추기는 ‘혐오 돌려막기’는 실패했다.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내세우는 ‘안전’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며 평등을 꾀하는 것이야말로 여성과 소수자가 안전하게 살아갈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제32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이번 사건을 알렸다. 사건 이후 여성혐오는 한국사회의 주요 인권 문제로 분명히 각인되었다. 또한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내던 페미니스트들은 거리로 나와 더욱 강하게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광장의 함성이 평등을 향해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숨죽이지 않았던 페미니스트들 덕분일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 강제 해산, 그러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 차례의 청문회를 열며 진상 규명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던 세월호 특조위는 결국 정부의 집요한 훼방과 억지로 9월 30일 강제 해산 당했다. 올해 안에 인양된다던 세월호는 여전히 바다 밑에 잠겨 있다. 참사의 또다른 피해자인 민간잠수사 김관홍 님의 부고도 전해졌으며 단원고 기억 교실도 결국 이전되었다. 2년 전 국민 모두를 슬픔과 분노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는 2016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청와대의 7시간에 다시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진실에 대한 권리는 거저 주어지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은 단식과 농성 등 끝없이 투쟁에 나서야 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공감과 연대의 행동을 멈추지 않으며 곁자리를 지켜왔다. 참사의 고통 속에서 서로의 존엄을 지키고 세우며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분명히 깨닫고 있다. 세월호 농성이 2년 넘도록 이어진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함성이 터져나온다. 박근혜가 물러난 자리에 진실과 정의에 대한 권리를 세워야 한다. 우리의 생명과 존엄을 위하여.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 선포, 함께 행동하자
세월호 참사 2주기, 쏟아지는 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광장에서,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이 선포되었다. 2015년 100여 회의 수평적인 풀뿌리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4.16인권선언 제정안 발표(2015.12.10.) 이후 다양한 선언인운동이 이어졌다. #노란리본셀카, 포스터 붙여 Hands Up, 만인낭독 프로젝트, 해설서 돋보기 등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 사건이었다. 인간의 존엄을 되묻게 한 사건을 함께 겪으며 사람들은 절망에 갇혀 울지만은 않았다. 다시 우리의 존엄을 선언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들을 확인하며 인권을 나침반 삼아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로 한걸음 내딛었다. 4.16인권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4.16인권선언 후문 中)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
사라지지 않는 폭력
7월 26일, 일본 가나가와 현의 장애인시설 ‘쓰구이야마유리엔’에서 발생한 혐오살인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용의자는 과거에도 “장애인은 차라리 죽는 편이 가족에게 편하다”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고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사회적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장애인을 집단 수용‧관리하는 시설의 문제를 지적했다. 2016년에도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침해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만든 한기장복지재단이 운영하는 ‘평화의 집’ 사건이 폭로되었다. 전북 남원 ‘평화의 집’에서 시설 종사자에 의해 지속적인 폭행이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부터 2년 반 동안 129명이 사망한 대구시립희망원의 조용한 학살이 언론에 조명되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11월 3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려 대구시의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요구했다. 서울시 도봉구의 ‘송전원’은 12월 3일 시설 폐쇄를 앞두고 있다. 장애인을 가두는 사회보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더욱 인권적임은 자명하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거리를 메운 주권자의 함성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함성이 주말마다 광장과 거리를 뒤흔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후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자리 수로 급락해 4%까지 내려앉았다. 국회는 탄핵소추 의결을 준비 중이며 검찰은 박근혜를 피의자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긴급하게 결성된 퇴진행동(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은 주말 집회와 행진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벌일 수 있는 퇴진행동을 제안하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평등한 광장을 요구하며 우리 안의 차별과 혐오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있기도 하다. 거리의 함성은 박근혜가 비리와 실정의 몸통이라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체제를 문제 삼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이 길의 끝이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먼훗날 역사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민중의 도도한 물결을 기억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을 잊지 않는 저항의 역사가 바로 인권의 역사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이제 삼성이 답하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 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전자 반도체/LCD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여 년간 직업병 피해를 뭉개는 동안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자만 224명, 사망한 노동자만 76명에 이른다.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백혈병을 비롯해 뇌종양, 유방암, 다발성경화증 등 수 많은 질병, 희귀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한편, 삼성은 직업병 문제 해결을 외면하면서, 세계 유례가 없는 재벌 3대 세습을 완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혈세인 기금 평가를 3,000억 손해 보면서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 삼성은 그 대가로 박근혜-최순실에게 약 300억의 뇌물을 제공했다. 대체 삼성은 언제까지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이들을 거리로 내몰 것인가. 대체 삼성은 언제까지 노동자들의 피와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윤을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될 것인가. 이제 삼성이 답해야 한다.
유성-갑을 자본의 노조파괴,
노동자의 생명과 생존권을 위협하다
지난 3월 17일 금속노조 유성기업 한광호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 조합원들은 직장폐쇄로 인해 지난 여름부터 공장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두 사업장은 모두 자본이 노조파괴 공작을 벌인 사업장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유성기업은 원청인 현대자동차와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인해 조합원들이 2011년부터 용역 깡패 폭력, 가학적 노무관리와 일터 괴롭힘을 겪으며 지옥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갑을오토텍 역시 자본이 강성 노동조합을 깨겠다는 목적으로 2015년 용역 깡패 출신을 대거 신입사원으로 채용, 기업노조를 만들어 조합원 40여 명에게 폭력을 가했다. 올해 역시 회사 가 노동조합의 파도를 유도하고 직장폐쇄를 단행, 노동조합의 항복을 종용했다. 한편, 공장점거 농성과정에서 이 모든 것이 Q-P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한편, 두 노동조합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연대와 가족대책위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노조파괴를 끝장내고 행복한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대 파견노동자, 메탄올 중독으로
시각을 잃다
20대 노동자들이 화학물질 메탄올 중독으로 시각을 잃었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 하청업체 파견 노동자로 자신이 어떤 화학물질을 쓰는지 들은 적도, 알지도 못했다. 심지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검진을 받기 전까지, 자신들이 왜 실명을 했는지 이유조차 알지 못했다. 고용노동부는 메탄올 중독사고 이후 안전 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메탄올 사용 업체를 전수조사 했다. 그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발표 이후 추가 피해자 제보가 있었다. 노동부의 엉터리 조사 및 화학물질 관리 실태가 적나라하게 알려진 것이다. 이번 20대 파견 노동자 메탄올 중독 사건은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사업주의 탐욕이 얼마나 끔찍한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우리 사회에 각인시켰다. 또한, 영업비밀을 이유로 작업자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공개하는 않는 점, 정부의 무책임한 화학물질 관리 실태 등 헬조선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일터 내 안전보건관리 실태를 드러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도 "가만히 있으라"
9월 12일 경주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계속된 여진으로 울산 현대자동차에서는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 노동자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회사는 생산가동에 문제가 없으니 평소처럼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던 고등학생들은 밖으로 대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큰 문제가 없으니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주변 위험물을 보기 어려운 시각 장애인이나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지체장애인, 환자나 노인들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국가에서 만든 매뉴얼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한 것은 없다는 너무나 슬프고, 뼈저리게 교훈을 얻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날의 지진은 여전히 모든 사람의 안전할 권리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 하루였다.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고용노동부의 노동개악 이어져
1월 고용노동부는 쉬운 해고(저성과자 해고/해고사유 확대)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노동자 동의없이 변경가능)의 노동개혁 2대 지침을 발표하면서 고용불안정을 심화시키려고 했다. 2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는 관리 명목으로 비정규직을 일정 비율로 유지, 간접고용의 확산을 담고 있다. 3월 단체협약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단체협약이 노동개혁에 장애물이라고 했다. 강자인 사용자에 대항해 약자인 노동자들은 집단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용자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 4월 기간제/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핑계로 임금 축소를 꾀하고, 완전한 비정규직 체제로 가기 위한 시스템을 다듬는데 열중했다.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면 상시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고,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옳다.
박근혜 정권 하
집회.시위 자유 권리의 수난사
박근혜 정권 내내 집회시위의 자유는 억압되고 축소되어 왔다.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하여 조사활동을 펼친 ‘유엔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는 한국 정부의 집회결사 자유 탄압에 대해 “한국이 이룬 모든 것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실질적 허가제로 운영되는 집회, 차벽과 물대포 사용, 집회 참가자에 대한 민형사상 탄압 등을 지적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증진시키려는 노력들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국가인권위는 경찰이 2014년 청와대 인근 세월호 집회를 불허한 것을 ‘헌법 위반’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9월 29일 서울중앙지법은 채증 사진의 증거능력을 의심하며 집회 참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10월부터 주말 집회에 행진에 나오는 시민들이 많아지자 행정법원이 경찰의 금지통고 관행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집회시위의 자유는 국가의 재량과 경찰의 물리력에 갇혀 있다. 국가가 법으로 벽으로 집회시위를 가둘 때 그것을 넘어서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민중총궐기 주도한 죄로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쉬운해고와 노동개악에 맞서 총파업을 조직하고, 세월호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세월호 1주기 범국민추모행동 등을 함께 주최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노동운동가이자 인권옹호자인 그에게 검찰은 8년을 구형했고 지난 7월4일 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이는 87년 이후 노동운동에 내려진 최고 형량이자 역사의 시계를 30년 되돌린 판결이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특별보고관은 지난 6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상균 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에 의해 야기된 손해에 집회 주최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고 불합리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국제단체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1심 재판부가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을 비판했다. 11월 항소심에서 검사는 또 다시 8년형을 구형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및 연대단체들은 한상균위원장 공판일에 맞춘 선전전, 집회, 일인시위, 재판 방청 등을 진행하며 한상균 석방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과연 2심 재판부가 헌법과 인권의 가치에 근거한 판결을 내릴 것인지 국민들이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
국가폭력 끝장내야
9월 25일, 317일 간의 사투 끝에 백남기 농민이 영면에 드셨다.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쓰러뜨린 국가는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사망 이후 부검을 하겠다며 죽음을 모욕했다. 검경의 근거 없는 부검 영장 청구와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사망진단서 왜곡 등이 논란이 되면서,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폭력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힘으로 백남기 농민은 부검당하지 않고 고향 땅에 묻힐 수 있게 되었다. 11월 5일 영결식에서 그의 딸 백도라지 씨는 “이제 싸움의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백남기투쟁본부와 인권단체들은 ‘물대포 추방’을 선포하고, ‘백남기-한상균’ 법안을 국회에 청원하며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간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처벌된 적 없는 국가폭력의 역사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사람답게 살 권리를 외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국가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국정원의 숙원 사업 테러방지법 제정,
192시간의 필리버스터로도 막지 못해
3월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192시간에 걸친 사상 초유 야당의 필리버스터와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강행처리되었다. 17대 뿐 아니라 18대 국회에서도 국민들의 반대 여론으로 통과되지 못했던 국가정보원의 15년 숙원사업을 19대 국회가 이루어준 것이다. 덕분에 통신, 금융 등 국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국정원의 은밀한 감시권한이 더욱 막강해졌다. 이미 부정선거, 국내정치개입, 스마트폰 해킹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정원에 대한 개혁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6월 테러방지법의 시행 이후 국정원은 내국인 1만 1천명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수단체에 집회를 사주한 청와대
2006년 발족 이후 집회와 시위때마다 폭력을 일삼으며 극단적인 주장을 되풀이해온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게 뒷돈을 받고, 청와대로부터 집회 지시를 전달 받아 세월호 반대집회, 박원순 서울시장 '좌경화 규탄'집회 등 여러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전경련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경련 명의로 어버이연합에 5억 2300만원을 입금했다고 하고, 모 청와대 행정관은 어버이연합에 집회 지시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말 그대로 청와대의 권력과 전경련의 재력, 국정원의 공작능력이 합체되어 완성된 사건인 것이다. 한편 지난 4월 21일 시민단체 경실련의 첫 고발 뒤 3개월이 넘도록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 늑장수사란 비난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어버이연합은 다시 활동을 재개하며 '박근혜 보위단체'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10년,
다시 길 위에서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 집회를 열었던 2005년 12월 5일 이후 밀양은 10년을 싸워왔다. 이미 2014년 765킬로볼트의 송전탑 69기가 사실상 완공되었으나 밀양 주민들은 멈추지 않았다. 주민들은 시즌2의 투쟁을 선언하며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과 연대했고 탈핵의 필요성을 알리는 원정대가 되어 전국 곳곳에서 함께 살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었다. 2015년 12월 17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가 밀양 10년 투쟁을 되짚어보는 밀양투쟁백서와 사진화보집 발간 기념회를 열었다. 국책사업의 실체를 드러내고, 국가의 무능과 폭력을, 그것에 굴하지 않는 밀양 사람들의 소중한 기록을 내어놓는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했다. 국가폭력의 대명사였던 밀양은 이제 연대의 고유명사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
9월 28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지하역사 농성이 1500일을 맞이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으나 오히려 활동지원서비스 등 중증장애인의 생존이 달린 예산조차 삭감되었다. 농성 시작 이후 광화문역 농성장에는 영정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소위 ‘송파 세모녀 법’이라고 홍보하는 기초생활보장 개별급여제도도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가족과 사회의 짐짝 취급을 당하고 있다. 6월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세계 사회복지 대회’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찾아간 장애인들이 폭력적으로 진압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모습을 지켜본 세계의 사회복지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장애인과 빈곤층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인 것이다. 한국사회에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감각이 있는지, 장애인의 투쟁을 보면 알 수 있다.
'안방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시민의 알권리 보장 대책 시급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2011년이다. 그러나 당시 문제가 된 기업들은 가벼운 과징금을 부과 받는데 그쳤고, 정부 역시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이후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스럽고 외로운 싸움의 나날이 이어졌다. 결국 올해 검찰 수사로 이 문제는 다시 급부상하게 되었다. 6월에는 국회 특위가 구성되어 청문회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옥시는 해당 물질이 유해성분임을 알고도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환경부와 식약처는 위험성을 알고도 유통을 허가했음이 드러났다. 또한 옥시측이 대학교수를 매수해 유해성에 대한 거짓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밝혀졌다. 분노한 시민들은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자만 사망자 239명, 폐질환자 1528명. 집계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치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사건은 돈벌이를 위해 생명마저 경시하는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책임 방기가 불러온 대형 참사다. 환경·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시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병역거부, 항소심에서도 무죄판결
작년부터 이어져온 병역거부 무죄판결이 올해에도 계속되었다. 2016년 6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8월 청주지법에서, 그리고 10월에는 광주지법 항소부에서 각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특히 광주지법의 경우 항소심 재판부 최초의 무죄판결이라서 그 의미가 크다. 판결문들의 내용도 이전보다 훨씬 진일보되었다. 재판부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동안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한 것을 반성하기도 했고, 병역거부인정 반대 논거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내용도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총을 드는 것만이 국방의 의무가 아니라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도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을 다하며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다고 보았고, 심지어 평화운동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평화운동이 안보를 군사적 영역에만 가두지 말라고 줄곧 주장했는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라 불리는 사법부에서 평화운동과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다.
'깔창 생리대'를 강요한 사회,
가격도 그대로 정부도 그대로
5월 23일 생리대 시장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가 가격 인상을 발표한 뒤 저소득층 청소녀들의 사연과 고백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어졌다. 일주일 결석한 학생의 집을 찾아갔더니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수건을 깔고 누워 있더라는 이야기에 이어, 자신의 친구가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체하기도 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생리대 가격 인상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저소득층 청소녀 생리대 지원 예산을 편성한다며 대처에 나섰지만 보건소로 직접 찾아가 생리대를 받아가도록 하는 등 저소득층 청소녀가 감당해야 할 낙인 때문에 다시 논란이 되었다. 이마저도 일회성이었다. 2017년도 예산 편성에서 보건복지부도 여성가족부도 생리대 지원 사업을 제출하지 않았다. 생리대 가격은 빈곤의 문제만은 아니다. 독과점 기업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 여성에게 필수적인 물품을 사회의 필수품으로부터 인지하지 못하는 몰성적(gender-blind) 정책이 가난한 여성들에게 가한 인권침해다. ‘깔창 생리대’의 비극은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한다.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옷의 물결
9월 22일 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난 이유로 임신중절 시술을 한 의사에게 최대 12개월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의료계의 집단 반발을 샀다. 그러나 얼핏 정부와 의사회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번 사안의 핵심 당사자는 다름 아닌 여성들이었다. 여성에 대한 통제와 처벌을 통해 인구 재생산을 관리하려는 국가를 규탄하며 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른바 ‘검은 시위’. 시위 참가자들은 여성 인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에서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짜 문제는 ‘낙태죄’”라고 주장했다. 10월 한 달 간 전국에서 서명운동과 기자회견, 1인 시위, 집회 등이 이어졌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전 세계 검은 물결들의 지지와 연대도 잇따랐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11월 11일 개정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 투쟁은 장애 차별적이고 우생학적인 모자보건법 상의 임신중절 허용 범위를 개정하고, 형법상 ‘낙태죄’가 폐지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